명예훼손 고소 대응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해명할 말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명예훼손 성립의 어느 관문에서 갈리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고소장을 받으면 누구나 ‘뭐라고 해명하지’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명예훼손은 세 개의 관문을 모두 지나야 성립한다. 어느 관문에서 막히는지 모른 채 해명부터 하면, 가장 강한 방어 지점을 스스로 지나쳐 버린다.
명예훼손은 무엇으로 성립하나 — 3가지 관문
관문 ① 사실적시냐 허위사실이냐.
형법은 둘을 나눈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
허위사실이면 더 무겁다(제307조 제2항).
여기서 가장 흔한 착각이 나온다 — “내 말은 사실이니 무죄“다.
사실적시도 처벌 대상이다.
진실은 면죄부가 아니라 세 번째 관문에서야 따진다.
관문 ② 공연성(전파가능성).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핵심은, 단 한 사람에게만 말했어도 그 사람이 다시 퍼뜨릴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파가능성 이론, 대법원 2020도5813 전원합의체).
다만 특정 소수에게만 한 발언은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되고, 이때 전파가능성은 검사가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
관문 ③ 위법성조각 — 진실 + 공공의 이익.
적시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처벌하지 않는다(형법 제310조).
단 이 문은 사실적시(제307조 제1항)에만 열린다
— 허위사실(제2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첫 대응의 본질은 ‘해명’이 아니라 ‘어느 관문에서 다툴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사실적시 사건이라면 ①에서 “사실이다”를 인정하고 ③ 공익 관문으로 가야 하고, 허위 주장 사건이라면 ①에서 “허위가 아니다”가 출발점이다.
관문을 잘못 잡으면 가장 강한 지렛대-leverage를 처음부터 잃는다.
명예훼손 고소 대응 — 바로 하지 말 것 3가지!
1. 감정적 즉답
첫 통화나 첫 출석에서 사건 구조를 파악하기 전에 길게 답하지 않는다.
어느 관문이 쟁점인지부터 읽는다.
2. ‘사실=무죄’ 전제의 진술
— 위에서 언급했던 그 ‘착각’이다.
진실이라는 점은 ③ 공익 관문에서, 그것도 본인이 (엄격한 증거까지는 아니어도) 입증해야 비로소 위법성이 조각된다. 수사관 앞에서 “사실이니까요”라고만 인정하면 ① 관문만 채워줄 수 있다.
3. 공연성 자백
“누구누구한테 말했다”를 가볍게 인정하기 전에, 그 상대가 특정 소수인지 전파가능성이 있는 자리인지부터 본다.
어느 관문에서 다툴지 정하는 법 + 반의사불벌
세 관문을 자기 사건에 하나씩 대입하면 다툴 지점이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명예훼손(제307조)은 반의사불벌죄다(형법 제312조 제2항)
—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래서 ‘합의’는 첫 단계 전략의 한 갈래가 된다. 관문에서 다투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와의 합의로 사건 자체를 닫는 길이 열려 있다. (합의금 기준·합의 진행은 [형사합의금 기준]에서 다룬다. 합의서 작성 방법은 별도 글, [형사합의서 작성방법]에서 다룬다.)
“반의사불벌 합의 이후 고소를 실제로 취하하는 절차는 [합의 후 고소취하 — 비친고죄]에서 다룬다.”
관문 1 — 사실적시 vs 허위
□ 내가 한 말이 ‘있었던 사실‘인가, ‘없는 일‘인가
□ 사실이어도 처벌 대상(§307①) — ‘사실=무죄’ 아님
□ 허위 주장이면(§307②) 더 무거움 → ①에서 “허위 아님”이 출발
관문 2 — 공연성(전파가능성)
□ 누구에게 말했나 — 불특정·다수 / 특정 소수
□ 특정 1인이라도 전파가능성 있으면 공연성 인정 가능(2020도5813)
□ 특정 소수면 공연성 부정 유력 → 다툴 여지
관문 3 — 위법성조각(진실+공익)
□ 적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인가
□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나(§310)
□ ※ 사실적시(§307①)에만 열림 / 허위(§307②)엔 적용 X
[ 별도 갈래 ]
□ 반의사불벌(§312②) — 피해자 합의 시 공소 불가 → 합의 검토
고소장을 받은 날 이 세 관문에 자기 사건을 한 번 대입해두면, 첫 진술에서 엉뚱한 관문을 붙들고 싸우지 않는다.
변호인 없이 첫 단계에 할 수 있는 일
변호인이 있으면 관문 판단과 진술 전략을 함께 점검할 수 있다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다만 선임이 어렵더라도 첫 단계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 고소장(또는 통지)에 ‘적시됐다’고 된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고, 그것이 사실인지 허위 주장인지, 어디서 누구에게 한 말인지(공연성), 공익 목적이 있었는지를 위 세 관문에 하나씩 대입해 보는 것이다.
이 정리만으로도 어느 관문에서 다툴지가 잡힌다. 관문을 제대로 잡아 다투면 검사 단계에서 불기소로 끝날 수 있다 — 불기소 갈래는 [불기소 처분 종류 비교]에서 정리했다.
인터넷·SNS에서 벌어진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이 따로 적용되고 ‘비방 목적’ 요건이 더해져 결이 다르다. 그 부분은 시리즈의 온라인 명예훼손 편에서 따로 다룬다.
본 글은 [2026-06]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