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가 멈춘 것이 끝이 아니었다. L씨에게 했던 작업은 수사기관이 움직이도록 공식 채널을 하나씩 여는 일이었다. 하지만 멈췄던 수사를 다시 세워놓고도, L씨가 받아 든 건 “불송치 결정문 한 장“이었다 — [수사중지]를 직접 뚫어낸 끝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겠다는 통보였던 것이다.
L씨가 그 결정문을 들고 나, 이강민을 찾아왔다.
첫 마디는 늘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고소인에게 불송치는 끝이 아니라 분기점이다. (불송치 이의신청)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고소인이 경찰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이의신청“이다. 그리고 이 이의신청에는 법정 기한이 없다. 흔히 알려진 ’30일’은 한 단계 뒤, 검찰 항고의 기한이다 — 둘은 다른 절차다.
먼저 읽어야 할 것 — 불송치는 한 종류가 아니다
불송치(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하는 결정)는 어떤 유형인지부터 확인해야 다음 수가 보인다. 같은 불송치라도 이의신청의 방향과 가중치가 달라진다.
경찰수사규칙·형사소송법 기준으로 불송치 결정은 네 갈래다.
그중 ‘혐의없음’은 다시 둘로 나뉜다.
유 형
의 미
이의신청 가치
혐의없음
(증거불충분)
혐의는 의심되나
입증 자료가 부족
🚨 높음
추가증거확보 필요
혐의없음
(범죄인정안됨)
범죄 성립
자체를 부정
새로운 사실
법리 구성 필요
각하
실체 판단 없이 종결
제한적
실무적으로 보면, 같은 불송치라도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은 수사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기록이 남는다. 각하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각하는 문턱에서 돌려보낸 것이고, 증거불충분은 들여다봤지만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새 증거를 들고 이의신청하면, 검사가 그 수사 기록 위에서 다시 판단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L씨가 받은 것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송치였다.
이의신청 —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이의신청(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사건을 검찰로 넘기도록 요청하는 절차)은 변호인 없이 혼자 제출할 수 있다. 골격만 알면 된다.
주체: 고소인·피해자 등. (고발인은 이의신청 주체에서 제외-2022년 5월 개정)
L씨처럼 직접 피해를 입어 고소한 사람은 문제없다.
기한: 법정 기한이 없다. ’30일’은 뒤에 나올 검찰 항고의 기한이지 이의신청 기한이 아니다. 다만 공소시효와 증거 보전을 생각하면 빨리 움직이는 편이 실무적으로 유리하다
제출처: 불송치한 경찰서(소속 관서의 장)
효과: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여기까지는 의무’다 — 경찰의 재량이 아니다. 다만 송치받은 검사가 어떻게 처분할지(보완수사 요구·직접수사·기소·불기소)는 그다음의 별개 단계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인한 검찰청 폐지전 기준-26년 10월 2일))
이의신청서 골격은 세 줄이다.
① 처분 유형과 한계
—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됐으나, 다음 자료가 수사 과정에서 검토되지 않았습니다“처럼 결과와 빈틈을 구체적으로.
② 검토되지 않은 증거
— 기존 제출분과 새로 확보한 자료를 구분해 적고, 각 증거가 어떤 구성요건에 닿는지 명시.
③ 검찰 검토가 필요한 이유
— 경찰 단계에서 닫히지 않은 지점.
이 세 항목만 작성해도 이의신청서로 기능한다.
어디까지 경찰, 어디부터 검찰·법원인가
이 선을 모르면 기한을 헷갈린다. 단계마다 절차도, 기관도, 기한도 다르다.
경찰 단계 — 불송치 → 이의신청(형소법 제245조의7).
기한 없음. (변호인 없이 가능)
검찰 단계 — 이의신청으로 송치된 사건을 검사가 처분. 불기소가 나오면
→ 항고(검찰청법 제10조). 불기소처분 통지일부터 30일 이내 (관할 고등검찰청)
법원 단계 — 항고가 기각되면 → 재정신청(형사소송법 제260조)
항고기각 통지일부터 10일 이내 — 재정신청서는 지방검찰청검사장·지청장에게 제출하고, 판단은 고등법원이 한다. 원칙적으로 항고를 먼저 거쳐야 한다(항고전치주의).
이의신청까지는 골격만 잡으면 혼자 진행할 수 있다. 그 뒤의 항고·재정신청은 기한이 짧고 서면 요건이 까다로워, 이 단계부터는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함께 두는 편이 안전하다. 다만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더라도, 이의신청 단계에서 기록을 충분히 남겨두면 다음 단계의 출발점이 그만큼 단단해진다.
어디까지 경찰, 어디부터 검찰·법원인가
K씨를 떠올렸다. K씨에게 불송치는 방어의 완성이었다.
91일 동안 “공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서에 새겨 넣은 결과가, 결정문 한 줄로 확인됐다. 그 시리즈는 그 결정문과 함께 닫혔다.
L씨의 불송치는 반대였다.
고소인이 받은 불송치는, 피의자가 그 단계에서 처벌을 면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L씨에겐 문이 하나 더 열려 있었다 — 이의신청이라는 문.
K씨가 지켜야 했던 건 하나였다. 공모하지 않았다는 사실.
L씨가 입증해야 하는 것도 하나다. 기망이 있었다는 사실.
두 사람은 같은 절차의 정반대 끝에 서 있었다.
방어와 공격, 같은 트랙의 반대 방향.
이의신청이 검사의 검토를 끌어내는 순간, 사건의 공식 기록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게 이의신청의 두 번째 의미다 — 불복인 동시에, 기록을 전진시키는 행위.
불송치 결정문을 받은 날, 아래를 한 번 정리해두면 단계별 기한을 섞지 않는다.
⬆️ 사본만들기 클릭하고, 왼쪽에 보이는 문서탭에서 원하는 자료 선택할 것.
[ 처분 확인 ]
□ 불송치 유형 확인
혐의없음(증거불충분/범죄인정안됨) / 죄가안됨 / 공소권없음 / 각하
□ 처분 사유 문구를 결정문 원문 그대로 기록
[ 이의신청 — 형소법 제245조의7 · 경찰 단계 ]
□ 기한: 법정 제한 없음
(단, 공소시효·증거 보전 고려해 신속 권장)
□ 제출처: 불송치한 경찰서
□ 이의신청서 3항목
① 처분 유형과 한계 ② 미검토 증거 목록 ③ 검찰 검토 필요 이유
□ 새 증거 또는 기존 미제출 자료 확인
[ 다음 단계 경계 — 기한이 다르다 ]
□ 검찰 항고: 불기소처분 통지일부터 30일 (검찰청법 제10조)
□ 재정신청: 항고기각 통지일부터 10일 (형소법 제260조 · 법원)
□ 공소시효 잔여 기간 확인
※ 항고·재정신청은 전문가(변호사) 검토 권장 단계
이 표를 결정문 옆에 붙여두면,
‘이의신청은 기한이 없고 항고는 30일’이라는 단계별 차이를 헷갈리지 않는다.
이의신청서가 접수됐다.
L씨가 이 싸움의 전체 흐름을 처음으로 끝까지 되짚어 본 건, 그날 밤이었다.
[다음 편: L씨 시리즈 #11]에서 이 사건의 구조 전체를 정리한다.
본 글은 [2026-06]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