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 시리즈 #2: K씨가 먼저 보낸 2 가지 — 정보공개청구와 출석 연기 요청

K씨가 전화를 끊은 것은 월요일 오후였다. [지난 편, K씨 시리즈 #1: 출석 통보 받은 그날]에서 K씨는 수사관의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에 한 문장으로 끊었다. 다음 날 오전, K씨의 첫 번째 행동은 출석 날짜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K씨는 두 가지를 했다. (1) 정보공개포털에 청구서를 접수했다. 그리고 (2) 수사관에게 문자를 보냈다. 순서가 있는 것도, 어느 쪽이 먼저인 것도 아니었다. 같은 날 오전, 두 가지를 함께.

이 두 가지가 세트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연기와 청구는 따로 하면 반쪽이다

출석을 연기하는 것과 고소장을 청구하는 것은 별개 절차처럼 보인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는 서로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연기만 하고 청구를 안 하면 — 시간을 벌었지만 그 시간에 채울 정보가 없다. 연기 기간이 끝나도 고소장 내용을 모른 채 조사실에 들어간다. 연기의 이유가 사라진다.

청구만 하고 연기를 안 하면 — 정보공개 처리기한은 원칙 10일이다. 출석 일정이 그보다 먼저라면 고소장이 오기 전에 조사실에 앉게 된다. 청구의 의미가 사라진다.

두 가지를 같은 날 해야 연기 기간과 정보공개 처리기한이 겹쳐진다. 연기 기간 = 정보 확보 기간. 이 등호가 전략의 핵심이다.

형사 절차의 정보 비대칭수사관이 고소장·피해자 진술·확보 증거를 모두 보고 들어오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피의자는 전화 한 통과 흐릿한 기억으로 맞선다. 그 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정보공개청구고, 그 도구를 쓸 시간을 만드는 것이 출석 연기다. 연기는 시간을 사는 것이고, 청구는 그 시간에 정보를 채우는 것이다.

K씨가 보낸 두 가지

정보공개 청구

K씨는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서 해당 경찰서를 선택하고 청구 내용을 작성했다. “본인을 피의자로 하여 접수된 고소장 및 관련 수사기록 일체.” 고소장만이 아니라 “관련 수사기록 일체”를 넣은 것은 첨부 자료와 진술 자료까지 청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접수 화면을 캡처했다. 접수번호가 발급됐다. 달력에 D+10일을 표시했다.

정보공개청구 문구 작성법과 비공개 결정 시 이의신청 경로는 [고소장 정보공개청구서 작성 실전]에 따로 정리했다. 이 편에서는 절차 상세는 생략하고 전략만 본다.

출석연기 문자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준수해야 할 수사 절차 규정) 제19조 제2항은 출석 일시를 피의자와 “협의“하여 정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조 제1항 제3호는 피의자의 연기 요청이 있으면 수사관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수사관의 “이날 오세요”는 명령이 아니라 협의 요청이다. 대부분의 피의자가 모르는 지점이다.

K씨가 수사관에게 보낸 문자 (재구성 — 저장용)


안녕하세요, 수사관님. (KOO)입니다. 방어권 행사를 위해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진행 중입니다. 처리기한을 고려해 출석 일정을 2주 후로 조정 요청드립니다.
가능하신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사유를 밝혔다. “방어권 행사“와 “정보공개청구“가 문자에 담기면 수사관도 거부하기 어렵다. 수사준칙 조문과 직접 연결되는 사유이기 때문이다. K씨는 전화가 아닌 문자를 택했다. 요청 일시와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다.

📌 실무자의 팁

문자를 보낸 직후 수사관에게,
“정보공개청구 하셨어도 일단 오셔서 내용 들으시면 됩니다. 그냥 내일모레 오세요.” 라며 압박 전화가 올 수 있습니다. 이때 절대 당황해서 알겠다고 하지 마세요. “수사관님, 제 방어권을 위해 고소장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청구 결과가 나오면 바로 출석 일정 맞추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끊어내시면 됩니다.

연기 요청은 1-2회가 현실적이다. 3회 이상 반복하면 수사관이 “불응”으로 기록할 수 있다. K씨의 이번 연기는 목적이 있는 연기였고, 그 목적은 문자에 명시돼 있었다. 연기 요청의 상세 방법은 [경찰 출석 연기 요청하는 방법]에서 다룬다.

K씨가 기다리며 한 것

청구 접수 다음 날부터 K씨는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K씨가 한 것은 예측이 아니었다.

K씨는 A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처음부터 읽었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 내보내기-텍스트 파일을 통해 PC로 옮긴 뒤, “Ctrl+F”로 ‘투자’, ‘이자’, ‘원금’ 같은 핵심 키워드를 검색해 가며 엑셀로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1,800만 원이 들어온 날짜를 확인했다. A씨가 보낸 메시지에서 “투자”라는 단어와 “빌려달라”는 단어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 세었다. 그 단어 하나가 조사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K씨는 아직은 모른다. 고소장이 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소장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K씨가 확신한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먼저 정리해두면, 고소장이 왔을 때 다른 것이 보일거라는 확신.

수사관이 가진 정보의 격차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었다.

열흘 뒤, 고소장이 왔다. K씨가 그날 밤 한 것은 읽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 편: K씨가 고소장이 도착한 날 밤]에서 이어진다.

🚨 경찰조사 대응이 막막하신가요?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무혐의 결정까지, 피의자 K씨가 철저한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한 전체 흐름은 [K씨 시리즈: 경찰조사 무혐의 컬렉션 6단계 (HUB)]에서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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