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41분, K씨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 관할 경찰서 형사팀이었다. 수사관은 30초 안에 용건을 말했다. “A씨 아시죠? 그 관련해서 확인할 게 있어서요. 시간 되실 때 한번 나와주시면 됩니다.”
K씨는 경찰 출석 통보 받았을 때가 되어서야 처음 알았다. 자신이 사기 공범으로 고소됐다는 것을. A씨는 대학 선배였다. K씨는 통장을 빌려줬을 뿐이었다. 1,800만 원이 들어왔고 K씨는 그날로 A씨에게 이체했다. 그게 전부였다.
수사관이 “어떻게 된 건지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라고 물었을 때, K씨가 한 말은 한 문장이었다.
“죄송한데요, 제가 지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요. 확인 후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이 한 문장이 K씨가 그날 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
경찰 출석 통보 받았을 때 첫 반응이 이후 수사 기록의 첫 줄을 결정한다. 조사실이 아니라 첫 전화에서 이미 시작된다.
경찰 출석 통보 받았을 때의 첫 전화가 이미 기록이다
피의자신문(수사관이 피의자를 불러 질문하는 공식 조사 절차)은 경찰서 조사실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첫 전화부터 시작된다.
수사관이 “어떻게 된 건지 간단히 말씀해줄 수 있나요?”라고 물을 때, 피의자가 한 답변은 수사보고(수사관이 수사 경위와 내용을 정리해 사건기록에 남기는 내부 문서) 형식으로 기록에 편철될 수 있다.
“피의자는 전화 통화에서 A씨와의 관계를 단순 지인이라 진술함”이라는 한 줄이 이후 조서 전체의 맥락을 만든다.
대부분의 피의자는 이 순간 해명하려 한다.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부탁받은 거예요” — 이 말들은 진심이지만, 수사관이 가진 정보의 10분의 1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진술이다. 수사관은 고소장 전문과 피해자 진술을 이미 보고 전화했다. K씨는 방금 혐의 요지를 들었을 뿐이다.
K씨가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로 끊은 것은 도망이 아니었다.
정보 없이 싸우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첫 전화에서 확인할 3가지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준수해야 할 수사 절차 규정)에 따르면, 출석요구는 원칙적으로 피의사실의 요지가 기재된 출석요구서를 서면으로 발송해야 한다. 전화 연락은 신속한 출석이 필요한 경우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되는 예외다.
즉, 전화로 먼저 연락이 온 것 자체가 서면 원칙의 예외 상황이다. K씨가 전화를 끊기 전 메모한 것은 이것뿐이었다.
1. 수사관 소속·계급·이름
— 이후 모든 연락의 기준이 된다. 전화를 끊기 전 반드시 메모(또는 녹음)한다.
2. 혐의 요지
— 어떤 죄명인지, 어떤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 “확인할 게 있다”는 수준이면 다시 물어도 된다.
3. 피의자인가 참고인인가
— 피의자(형사소송법상 범죄 혐의를 받는 당사자)는 진술 거부권이 있고, 불출석 시 체포영장 발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참고인은 강제 출석 권한이 없다. 같은 전화를 받아도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르다.
K씨는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확인했다. 혐의 요지(A씨 관련 사기)와 신분(피의자). 수사관 이름은 통화 중에 놓쳤다. 다음 전화 때 첫 번째로 물었다.
첫 전화 후 24시간 체크리스트
☐ 수사관 소속·계급·이름·연락처 메모
☐ 혐의 요지 기록 (들은 내용 그대로, 내 해석 없이)
☐ 피의자·참고인 신분 확인 메모
☐ 출석요구서 서면 발송 요청
— 전화로만 연락받은 경우, 수사준칙 제19조에 따라 서면 출석요구서 발송을 요청할 수 있다. “서면으로 받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
☐ 출석 일정 연기 의사 결정
— 연기는 선택지다. 같은 조문에 따라 피의자가 출석 일시 연기를 요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관은 조정해야 한다
변호인 선임을 검토한다면, 지금 단계는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시점이다. 변호인 선임이 어렵다면, 위 체크리스트를 완료하는 것이 그 자체로 다음 단계의 준비가 된다. 이 단계까지는 혼자 진행할 수 있다.
K씨가 전화를 끊고 한 첫 번째 행동은 출석 날짜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 편 – K씨 시리즈 2편: K씨가 먼저 보낸 두 가지 — 정보공개청구와 출석 연기 요청]
본 글은 [2026-05]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