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의 봉투에는 한 수사기관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출석요구서‘라는 제목 아래 J씨의 이름이 있었고,
신분란에는 ‘참고인‘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참고인 출석요구서였다.
사건 요지는 두 줄 — 몇 해 전 동업자의 자금이
잠시 J씨의 계좌를 거쳐 간 거래에 관한 것이라는 정도였다.
피의자라는 말은 없었다.
그렇다고 안심하라는 말도 없었다.
J씨는 그 종이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자리에 선 것인지,
그 한 장만으로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J씨가 받은 것과 같은 출석요구서를,
나 이강민은 여러 번 봐 왔다.
참고인 출석요구서를 받았다는 것은,
아직 ‘신분이 확정되지 않은 자리’에 섰다는 뜻이다.
내가 늘 먼저 짚는 지점이 거기다.
참고인은 피의자도 아니고 법정에 서는 증인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다.
참고인이란 사건의 사실관계를 아는 사람으로서
수사기관이 진술을 듣기 위해 부르는 사람을 말한다.
혐의를 받는 당사자인 피의자와 다르고,
재판에 나가 증언하는 증인과도 다르다.
내가 거듭 강조하는 건,
이 자리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사람이 사건과 수사 방향에 따라
표적 쪽으로 미끄러지기도 하고, 협조 증인 쪽에 머무르기도 한다.
출석 요구서에 적힌 것, 그리고 적히지 않은 것
출석요구서에는 정해진 기재사항이 있다.
받는 사람의 신분(여기서는 참고인),
담당 수사관의 연락처,
출석을 요구하는 목적,
그리고 사건의 요지다.
이 기재사항은 임의 출석요구의 근거 조항
(형사소송법 제221조)과 그 하위 규칙에 정해져 있다.
그런데 사건 요지는 대개 두세 줄로 간략하다.
수사기관은 사건 전모를 쥐고 있지만,
참고인은 자기가 왜 불려가는지조차 제한적으로만 안다.
내가 보기에 정보 비대칭은 바로 이 봉투에서 시작된다.
한 가지 덧붙이면,
검사 명의의 출석요구라면 2026년 10월 검찰 조직 개편으로
발신 기관의 명칭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일반론보다
자기가 받은 문서에 적힌
담당 기관과 연락처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강제는 아닌데, 거부하면 더 불리해지는 자리”
여기서 대부분이 놓치는 지점이 있다.
참고인 출석은 임의수사다 (형사소송법 §221).
법적 강제력이 없고,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체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안 가면 그만일까.
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본다.
협조하지 않는 참고인을
수사기관이 피의자로 전환해 다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참고인과 피의자의 권리가 어떻게 갈리는지는,
[참고인과 피의자 차이]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한편 수사에 꼭 필요한 진술을 가진 사람이라면,
출석·진술을 계속 거부할 때,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해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출석·증언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강제는 아닌데,
어느 쪽으로든 거부가
자리를 더 불리하게 굳히는 구조다.
그래서 받은 날의 첫 질문은 ‘갈까 말까’가 아니라
‘어느 자리로 불려가는가’여야 한다.
자기 위치는 수사관의 태도에서 읽을 수 있다.
질문이 ‘사건’이 아니라 ‘당신’을 향하기 시작하거나,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입에 올리거나,
출국을 자제해 달라는 말이 나오면
— 표적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반대로 정중한 협조 요청 톤이 유지되면 증인 쪽에 가깝다.
다만 나는 이걸 규칙으로 다루지 말라고 한다.
수사관마다 어투가 다르니,
한두 마디로 자기 위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 규칙이 아니라 읽을 수 있는 ‘결’이 핵심이다.
이 신호가 조사 도중 뚜렷해지는 순간과
그 자리에서 할 일은 [참고인이 피의자로 바뀌는 순간]에서 따로 다룬다.
봉투를 받은 날 정리해 둘 것은 세 가지다.
□ 문서에 적힌 그대로
— 신분·출석 목적·사건 요지·담당자 연락처를 메모.
□ 사건 요지에서 자신과 연결되는 고리
— (여기서는 자금이 계좌를 경유한 거래)를 따로 적어 두기.
□ 첫 통화나 첫 출석에서 질문의 방향 인지
— 질문이 ‘사건’으로 향하는지 ‘나’로 향하는지, 관찰할 지점을 정해 두기.
내가 본 패턴은 분명하다.
첫 출석 전에
자기가 어느 쪽 끝에 가까운지부터 가늠하는 사람과,
일단 가서 묻는 대로 답하는 사람은
결과가 다르게 벌어진다.
봉투를 받은 자리에서 할 한 걸음
이 단계에서 변호인이 있으면
신분 판단과 진술 전략을 함께 점검할 수 있다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다만 변호인 선임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출석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위의 세 가지를 정리하고,
담당 수사관에게 출석 목적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 그것만으로도 봉투를 받은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간다.
왜 이게 중요하냐면,
참고인 단계에서 자기 위치를 잘못 읽으면
그다음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지렛대-leverage가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J씨에게 권한 다음 일은 답을 정하는 게 아니라,
사건의 내막과 자금이 오간 흐름을 자기 손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잇는다.
자신의 계좌가 이미 열렸는지 궁금하다면,
은행에서 오는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서]가
그 사실을 알려주는 사후 통지다
— 그 서류를 읽는 순서는 따로 떼어 정리했다.
조사 기관이 멀어 출석 자체가 부담인 경우의 절차는 별도 글에서 다룬다.
본 글은 [2026-06]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