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은 공판 절차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를 정하는 법원의 재판이다(형사소송법 제448조·제449조). 약식명령 정식재판청구는 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며, 피고인은 이 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다(제453조).
우편함에서 법원 봉투를 꺼낸다. 안에는 죄명과 벌금 액수가 적힌 종이가 들어 있다. 법정에 간 적도, 판사 앞에 선 적도 없는데 형이 이미 정해져 있다. 대부분 여기서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낀다 — 억울함, 그리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막함. 그런데 이 서류를 받은 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억울함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를 세는 것이다.
이 서류는 무엇인가
약식절차는 검사가 벌금·과료가 적당하다고 판단한 사건에서 법원이 공판을 열지 않고 서류만 보고 형을 정하는 간이 절차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출석도, 진술도, 변론도 없이 결론부터 받아 든 셈이 된다. 검사가 어떤 경우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지, 공판청구와 어떻게 갈리는지는 검찰 송치 후 피의자가 할 일에서 따로 정리했다.
법은 이 결론에 이의를 제기할 통로를 열어 두었고, 그것이 정식재판청구다. 받은 등본 하단에도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실무적으로 보면 그 한 줄이 이 서류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다.
약식명령 정식재판청구의 두 개의 시계
첫 번째 시계는 7일이다. 기산점은 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이며(고지는 재판서 송달로 이루어진다, 제452조), 이 기간은 실권기간(지나가면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기간)이다. 항소처럼 나중에 다툴 여지를 남기는 구조가 아니라, 문이 닫히는 구조다.
그런데 놓쳤다고 해서 반드시 끝인 것은 아니다. 본인이나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 안에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놓친 청구 기회를 되살려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라는 경로가 있다(제458조 제1항, 제345조·제346조 준용). 다만 어떤 사정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사안별로 판단하는 영역이므로, 미리 단정할 수 있는 목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두 번째 시계가 나온다. 회복청구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정식재판 청구기간에 상당한 기간, 즉 7일 이내에 서면으로 해야 한다. 즉, 늦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다시 7일이 흐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럼 결국, 늦었다는 걸 깨닫고 어떻게 할지 알아보는 동안 두 번째 기한마저 지나가는 일이 구조적으로 가능하다. 회복청구를 한다면 회복청구서와 정식재판청구서를 함께 작성해 약식명령을 발령한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이 된다.
지금 등본을 받은 지 7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 아래 ‘청구할지 말지를 가르는 재료’부터 읽으면 된다.
이미 7일이 지났다면 → 늦어진 사유가 언제 해소되었는지가 기준점이다. 그날부터 다시 7일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지금 당장 할 일은 하나로 좁혀진다 — 등본에서 송달받은 날짜를 찾아, 오늘과의 간격을 세는 것.
벌금을 내면 끝나는 문제인가
벌금 통지를 받고 찾아온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냥 내고 끝내려고요.” 액수가 부담되지 않으니 조용히 정리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판단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이 전제하고 있던 것 하나가 어긋나 있었다 — 벌금을 내면 이 일이 없던 일이 된다는 전제였다.
벌금을 납부하면 형 집행은 끝난다. 사건도 종결된다. 그러나 그것은 집행이 끝났다는 뜻이지, 기록까지 정리된다는 뜻은 아니다. 벌금형도 형벌이고, 형이 확정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남는다. 실무적으로 보면, 정식재판을 청구할지 판단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것이 이 지점이다. 눈앞의 금액만 보고 계산하면 “내는 편이 싸다”가 되지만, 판단 재료가 금액 하나만은 아니다.
기록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남는지는 처분의 종류에 따라 갈린다. 벌금형처럼 형이 선고된 경우와 기소유예처럼 형 자체가 없는 경우는 결론이 다르고, 보존기간도 제도마다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이 구분은 기소유예와 전과 기록에서 따로 정리했다.
여기서 짚어둘 것은 하나다. 7일이라는 기한 안에서 판단할 때, 저울에 올릴 것은 벌금 액수만이 아니라 확정이 남기는 것 전부다.
청구할지 말지를 가르는 재료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결과가 좋아진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결과는 사안에 따라 갈린다. 대신 판단에 쓸 수 있는 재료는 몇 가지 정해져 있다.
- 포기할 수 없는 권리다. 검사는 정식재판청구권을 포기할 수 있지만, 피고인은 포기하지 못한다(제453조 제1항). 7일 안에는 선택지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 형의 ‘종류’에는 제한이 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조문이 말하는 것은 형의 종류이며, 벌금 액수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이 문언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액수가 핵심 쟁점이라면 청구 전에 전문가 검토를 받아볼 가치가 큰 자리다. 다만 정식재판청구서의 작성과 제출 자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절차이므로, 검토를 받을 시간이 없다면 기한 안에 청구부터 해두고 판단은 그다음에 하는 순서도 열려 있다 — 취하는 선고 전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취하는 되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 정식재판청구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하할 수 있다(제454조). 다만 취하한 사람은 다시 청구하지 못한다(제458조가 준용하는 제354조).
검사의 처분 종류가 어떻게 갈리는지는 불기소 처분 종류 비교에서 따로 정리했다.
어디에, 누가 내는가
서면은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제출한다. 다른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아니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와 피고인, 그리고 피고인을 위해 상소할 수 있는 자 —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원심의 대리인 또는 변호인이다. 본인이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 범위가 실제로 쓸모 있는 정보가 된다. 정식재판이 열리면 사건번호는 ‘고정’(정식재판 사건에 붙는 사건부호)으로 새로 부여된다.
약식명령 받은 날 확인 5단계
1. 등본에서 송달받은 날짜를 찾아 오늘과의 간격을 센다 — 모든 판단이 여기서 시작한다.
2. 7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남아 있다면 청구 여부를 정하는 단계이고, 지났다면 회복청구를 검토하는 단계다.
3. 등본 하단의 안내 문구와 약식명령을 한 법원명을 확인한다 — 서면을 낼 곳이다.
4. 기간이 지났다면, 늦어진 사유가 언제 해소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다시 7일을 센다.
5. 등본 원본과 봉투(송달일이 찍힌 부분)를 함께 보관한다 — 날짜를 증명하는 기준 자료가 된다.
이 다섯 단계는 캡처해 두면 서류를 다시 꺼낼 때마다 순서대로 확인하기에 유용하다.
자주 묻는 질문
벌금을 내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없나?
납부와 청구는 별개의 절차다. 다만 벌금 납부는 약식명령을 받아들이는 행위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다툴 생각이 있다면 납부 전에 기한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7일 안에 청구해 두고 이후 취하하는 순서도 가능하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확정된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금액이 부담되는 경우 납부기한 전에 관할 검찰청 집행 부서에 문의하는 경로가 열려 있다. 이 절차는 정식재판청구와는 별개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진행되나?
사건은 일반 형사재판 절차로 넘어가 공판기일이 지정되고, 법원에서 기일 통지를 받게 된다. 사건번호도 ‘고정’으로 새로 부여된다. 이때부터는 출석과 진술의 기회가 생기며,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는 청구를 취하할 수도 있다.
등본을 가족이 대신 받았는데 송달일이 언제인가?
동거 가족 등이 수령한 경우에도 송달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본인이 실제로 서류를 본 날이 아니라 수령된 날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봉투에 찍힌 날짜와 등본 기재를 함께 확인하고, 다툴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이 회복청구의 판단 대상이 된다.
억울함을 정리하는 일은 그다음이다. 오늘 할 일은 등본에 찍힌 날짜를 찾는 것 하나다.
2026년 10월 2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따라 이 글에 나오는 기관 명칭과 소관이 달라질 수 있다.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주체와 벌금 집행을 담당하는 부서의 명칭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정식재판청구의 기한과 절차 자체가 이 개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시행 이후 이 글은 명칭 기준으로 재확인할 예정이다.
본 글은 2026-08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