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K씨 시리즈 #4: 경찰 조사 전날 밤, 진술을 설계하는 법]에서 K씨는 밤 11시까지 3가지를 준비하고 조사실 문을 열었다. 이번 글은 본격적인 경찰 조사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전 이야기다.
조사실은 작다. 문이 닫히면 외부 소리가 끊긴다.
수사관과 마주앉는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수사관은 두 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 법적 원칙이다(형사소송법 제243조). 신문자가 질문을 진행하고 입회자가 조서를 실시간 타이핑한다. 이 구조가 조서 오류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인력 부족으로 한 명만 들어오거나 입회자가 잠깐만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흔하다. 집중할 대상은 신문자 한 명이다.
인적 사항 확인이 먼저다. 이름, 주소, 직업.
인적 사항 다음이 실질적인 시작이다. 수사관은 두 가지 권리를 고지한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다. 피의자신문조서에 행사 여부를 기재한다. 진술을 거부하지 않겠다면 ‘아니오’, 변호인 없이 진행하겠다면 ‘아니오’로 적는다. 세 번째는 영상 녹화 희망 여부다. 요청하면 분위기가 경직되기도 하지만 조서 정확도를 높이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분위기보다 기록이 중요하다면 ‘예’를 선택한다.(정답은 없다)
다음이 문제다. 인적 사항 확인이 끝나는 순간 첫 질문이 나온다. 첫 질문은 사실 확인처럼 들리지만 답변 방향을 유도하는 구조를 갖는다. 얼어붙지 않는 방법은 하나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 답변부터 내놓지 않는 것.
오전 10시 3분, K씨는 조사실 의자에 앉았다. 수사관이 자리를 정리하고 첫 질문을 꺼냈다. K씨는 그 질문이 전날 밤 자신이 적어둔 예상 질문 목록의 첫 번째라는 것을 알았다. 90분 뒤, 수사관이 조서를 내밀었다. K씨는 읽기 시작했다. 세 곳에서 멈췄다.
경찰 조사 피의자신문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조사실에서 하는 말과, 조서에 남는 말.”
경찰 조사 피의자신문 — 예상과 실전
수사관의 첫 질문은 “K씨와 A씨가 미리 의논하고 이체를 진행했습니까?“였다. K씨가 [시리즈 3번글]에서 찾은 공백 첫 번째 — “사전 역할 합의“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K씨의 답변: “A씨가 거래처 입금이라고 설명했고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사전 합의에 해당하는 대화나 날짜는 제 기억에 없습니다.”
이어진 질문: “그 전에도 A씨와 이런 거래가 있었습니까?” 예상했던 두 번째 질문이었다. “이번이 처음이자 유일한 금전 거래였습니다.”
수사관이 강압적으로 나올 때가 있다. 불편함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조사실에서 감정 반응은 답변 내용만큼 기록에 남는다. K씨는 수사관의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답변 구조에 집중했다.
조사 중 잠깐 멈추고 싶다면 화장실이나 음료를 요청하면 된다. 거절하지 않는다. 2-3분의 여유가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하고, 이런 요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0분이 지났다. 수사관은 K씨가 예상한 방향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K씨는 준비한 대로 답했다. 추측은 하지 않았다. A씨의 의도에 대한 판단도 말하지 않았다. 진술거부권(수사기관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은 행사하지 않았다. 한 가지 질문에만 “그 부분은 제가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로 답변 범위를 좁혔다.
변호인이 동석했다면 질문 개입 시점을 조율해준다. 동석하지 않더라도 [K씨 시리즈 4번글]에서 준비한 구조가 실전에서 작동했다.
신문이 끝나고 조서를 받아들었을 때
피의자신문조서(조서)는 수사관이 조사 내용을 정리한 공식 문서다. 수사관이 작성한 버전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은 조서를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도록 규정하며,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수사관이 이를 조서에 추가 기재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읽을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한다.
K씨가 읽다가 멈추고 수정한 세 곳이다.
1. “알고 있었다”
K씨가 실제로 한 말은 “들은 적이 있다“였다. “들은 적이 있다”는 정보를 수신했다는 것이다. “알고 있었다”는 인식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같은 사실처럼 보이지만 공모 의사 추정의 무게가 달라진다.
- ❌ 조서 기록: “A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 (공모 뉘앙스)
- ⭕ 실제 진술: “A에게 그런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단순 인지)
2. “A씨를 도와줬다”
K씨가 한 말은 “A씨의 요청을 받고 이체했다“였다. 수사관의 요약에서 “요청을 받아”가 빠지고 “도와줬다”로 정리됐다. 수동이 능동이 됐다.
- ❌ 조서 기록: “A씨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주도적 가담 뉘앙스)
- ⭕ 실제 진술: “A씨가 요청하길래 거절하지 못하고 응했을 뿐이다.” (수동적 가담)
3. 앞 문장이 잘린 답변
“몰랐습니다”만 남았다. 앞에 있던 “A씨가 그렇게 설명해서 믿었습니다“가 누락됐다. 맥락 없이 남은 “몰랐습니다”는 단순 부인처럼 보인다.
- ❌ 조서 기록: “A의 범행사실에 대해 모릅니다.” (무책임한 부인 뉘앙스)
- ⭕ 실제 진술: “A씨가 그렇게 설명해서 믿은 것 뿐입니다.” (상세 상황 설명)
K씨는 세 곳 모두에 대해 말했다. “이 부분은 제가 말한 것과 다릅니다. 수정을 요청드립니다.” 수사관은 각 부분을 수정했다.
조서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
이강민은 K씨가 줄을 그은 세 곳에서 같은 구조를 봤다.
조서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지만 맥락이 잘린 문장이다.
수사관이 요약하면서 뉘앙스가 바뀐다. “들은 적이 있다”가 “알고 있었다”로, “요청을 받았다”가 “도와줬다”로. 두 경우 모두 K씨의 말을 담고 있지만 조서에 남은 단어가 공모 의사 추정 쪽으로 기운다. K씨가 줄을 그은 이유가 여기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에 따라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조서에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남는다. 수정된 내용과 원래 기재됐던 내용이 함께 기록에 남는다는 뜻이다. K씨가 수정을 요청한 사실 자체가 조서의 일부가 됐다.
⬆️ 사본만들기 클릭하고, 왼쪽에 보이는 문서탭에서 원하는 자료 선택할 것.
① 조서 받은 후 (서명 전 확인)
☐ 내가 말한 것과 조서에 적힌 것이 일치하는가
☐ 인식 수준 표현 확인
“들은 적이 있다” → “알고 있었다”로 바뀐 부분
☐ 능동·수동 표현 확인
“요청에 응했다” → “도와줬다”로 바뀐 부분
☐ 앞뒤 맥락이 잘린 답변 없는가
(이유·배경 없이 결론만 남겨진 부분)
② 수정 요청 방법
☐ “이 부분은 제가 말한 것과 다릅니다. 수정을 요청드립니다.”
☐ 수정 후 그 부분 재확인
☐ 서명 전 전체 1회 다시 읽기
📌 실무자의 팁
조서 수정을 요청하면 수사관이 컴퓨터로 내용을 고친 뒤 다시 뽑아줍니다.
이때 “수정된 종이의 여백이나 문장 끝에 피의자가 직접 도장을 찍거나 지장을 찍어 ‘내가 이의를 제기해서 고쳤음’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가 들어갑니다.
보통 조서 상단이나 여백에 ‘몇 자 삭(지움), 몇 자 가(더함)’라고 수사관이 직접 적고 도장을 찍는 정정 표기를 해줍니다. 그럼에도 누락되지 않았는지 눈으로 확인하세요. 이 흔적이 남으면 재판에 갔을 때 “내가 조사 당시 이 문구의 뉘앙스가 잘못되었음을 적극적으로 다투었다”는 전술적 증거가 됩니다.
조서 열람·이의 제기·정정 요청, 서명 거부의 의미까지 전체 절차는 이전편 [피의자 조서 서명 거부]에 정리돼 있다.
90분이 지났다. K씨는 조사실을 나왔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다음 편: K씨 시리즈#6-결정문 받은 날]
🚨 경찰조사 대응이 막막하신가요?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무혐의 결정까지, 피의자 K씨가 철저한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한 전체 흐름은 [K씨 시리즈: 경찰조사 무혐의 컬렉션 6단계 (HUB)]에서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2026-05]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