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할 수 있는 공탁이고, 이때 피해자에게 가는 공탁통지는 공탁법 제5조의2에 따라 인터넷 공고로 갈음될 수 있다. 가해자가 돈을 맡겨도 피해자 앞으로 아무 우편이 오지 않는 경우가 제도상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형사공탁 확인은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된다.
수사관이 지나가는 말로 알려줬거나, 재판 결과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사람이 있다. 그때 드는 생각은 대개 같다. 왜 나한테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
누가 빠뜨려서가 아니다.
피해자가 공탁 사실을 뒤늦게 알아 아무 말도 못 한 채 선고가 난 사례는 언론에 보도돼 왔고, 그 지적이 2025년 1월 시행된 제도 변경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피고인이 피해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선고 전에 피해자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 다만 그건 공탁 사실을 곧바로 알려주는 통지가 아니라 선고를 앞두고 의견을 듣는 절차이고, 예외도 인정된다. 그보다 일찍 알고 싶다면 스스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은 누락이 아니라 설계다
형사공탁 특례는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됐다. 만들어진 이유는 피해자 보호였다. 원래 공탁을 하려면 돈을 받을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야 하는데, 형사사건에서 그 정보를 피고인에게 넘기면 보복이나 접촉의 통로가 열린다. 그래서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대신 법원과 사건번호·사건명, 그리고 공소장이나 조서에 적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으로 공탁할 수 있게 했다. 공탁하는 곳도 아무 데나가 아니라 그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다.
그 구조가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를 모르는 상태에서 공탁이 이뤄지므로, 공탁소도 피해자에게 개별 통지를 보낼 주소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법은 공탁관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통지를 갈음할 수 있게 열어 두었다.
다만 이건 “반드시 공고로만 한다”는 규정이 아니라 그렇게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럼에도 인적사항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 공탁이라면 개별 우편이 갈 자리가 구조적으로 좁다.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비가시성이 피해자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셈이다.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는 사실은 당신이 무언가를 놓쳤다는 뜻도, 담당자가 일을 안 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그래서 확인은 피해자 몫으로 남는다.
사건번호로 하는 형사공탁 확인 — 로그인 없이 조회된다
진입 문턱 자체는 낮다. 대한민국 법원 전자공탁(ekt.scourt.go.kr)에 형사공탁 공고가 게시되고, 안내에 따르면 로그인 없이 사건번호로 검색할 수 있다. 공동인증서도, 회원가입도 필요하지 않다.
- 형사사건번호를 확인한다. 통지서나 검찰·법원에서 받은 서류로 확인할 수 있고, 서류가 없다면 대법원 나의사건검색으로도 찾을 수 있다(조회가 안 될 때의 확인 순서는 나의사건검색 ‘사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에 정리해 두었다).
- 전자공탁에서 형사공탁 공고를 찾아 들어간다.
- 사건번호로 검색한다.
- 결과가 나오면 아래 항목을 하나씩 적어 둔다.
- 공탁소 — 어느 법원 소재지 공탁소인가
- 공탁번호 — 이후 모든 절차에서 이 번호를 쓴다
- 공탁 신청 연월일 — 언제 맡겼는가
- 공탁물 — 금액
- 형사사건번호와 검찰사건번호 — 내 사건이 맞는지 대조
- 피공탁자 표시 — 나를 가리키는 명칭이 맞는지
공탁번호와 공탁소는 다음 단계에서 계속 쓰인다. 화면을 캡처해 두면 다시 찾을 일이 없다.
단서가 하나 있다. 이 사이트는 제공되는 정보에 법적 효력이 없고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스스로 고지하고 있다. 화면에서 본 내용을 확정된 사실로 삼기보다, 정식 확인은 해당 법원 공탁소에 열람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알아 두는 편이 안전하다.
언제 조회해야 하는지 알 방법
조회할 수 있다는 것과 언제 조회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통보해 주는 제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형사소송법 제294조의5가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되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은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의견을 듣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선고 전 어느 시점에 법원 쪽에서 연락이 올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것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은 다르다.
사건이 어느 단계에 왔는지도 알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 공판의 일시·장소, 재판 결과, 피의자·피고인의 구속·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을 신속하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신청해야 받는 구조라 가만히 있으면 오지 않는다.
이 중 쓸모 있는 것이 공판의 일시·장소다. 형사공탁은 조문 구조상 그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하는 것이므로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을 전제로 한다. 재판 일정을 알면 공고를 확인해 볼 시점을 잡을 수 있다.
공고를 찾았다고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공고에서 공탁을 확인했다면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을 실제로 받으려면 내가 그 공고에 적힌 피공탁자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가 따로 있다. 법은 그 확인을 법원이나 검찰이 발급한 증명서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증명서는 2024년 1월 26일부터 법원·검찰이 직권으로 발급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바뀌었다. 피해자가 먼저 신청서를 내야만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경로로 전달되고 받은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별도로 정리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인지 → 확인 → 수령 판단 세 단계가 있고 공고 조회가 그중 첫 번째라는 것만 알면 된다.
받을지 말지는 그다음이다. 수령이 무엇을 뜻하는지, 받지 않기로 한다면 어떤 절차가 있는지는 각각 따로 다룬다. 지금 그 판단부터 하려고 하면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정하게 된다.
제도 변경 예고
2026년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할 예정이다. 동일인 확인 증명서의 발급 주체로 언급되는 검찰, 그리고 사건 진행 통지의 주체인 검사의 명칭이나 업무 배분이 그 이후 달라질 수 있어 보인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시행 이후에는 공고나 안내에 적힌 기관명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지금 할 일
형사사건번호를 먼저 확보한다. 그것만 있으면 전자공탁에서 로그인 없이 공고를 조회할 수 있다. 조회 결과가 나오면 위 여섯 항목을 적어 두고, 나오지 않으면 아직 공탁이 없거나 공고 시점이 아닐 수 있으므로 사건 단계를 확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사건 진행 통지를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면 지금 신청해 두는 것이 다음 확인 시점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변호사에게 물어야 하는 단계는 받은 뒤의 법적 효과를 따질 때다. 지금 하는 확인은 그 전 단계이고, 혼자 할 수 있다.
본 글은 2026-08 기준 법령·공식자료·실무상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비변호사의 관찰·분석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